퇴사 후 맞이한 수많은 날들 속에서 저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즐거움으로 채워볼까?" 하는 유쾌한 고민입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취미생활 후보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며 탐색해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요즘 제 마음을 가만히 사로잡은 것이 바로 ‘어반스케치(Urban Sketch)’입니다.
✏️ 아직은 '정착' 대신 '탐색' 중인 나의 그림들
어반스케치는 내가 있는 공간, 내가 여행한 곳, 혹은 매일 만나는 소소한 풍경을 펜과 물감으로 자유롭게 담아내는 매력이 있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은 제 스타일을 찾았다고 말하긴 부끄럽습니다. 🙈
이것저것 손 가는 대로 그려보며 나만의 느낌을 찾아가는 '진행형 습작'들의 연속이거든요.
어느 날은 어반스케치였다가 문득 사람을 그리기도 하고, 아들이 입시 때 쓰고 버려둔 물감이 아까워 사용해보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선 하나 긋는 것도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직선이 비뚤어지면 괜히 지우개부터 찾고 싶고, 건물의 비율이 맞지 않으면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반스케치만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비뚤어지면 어때? 그 비뚤배뚤함이 바로 손그림만의 따뜻한 맛이지!" 하고 스스로 내려놓게 되는 그 마음 편안함이 참 좋더라고요.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일단 그려보자.



그런데 어반스케치라고 하기엔…
유튜브도 보고
다른 사람 그림도 찾아보고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그려보기도 하고.
막상 그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
어떤 날은 건물을 그리고 싶고,
어떤 날은 나무가 그리고 싶고,
또 어떤 날은 사람을 그리고 싶고,
갑자기 꽃이나 찻잔 같은 소소한 것들이 그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 스타일도 제각각이에요.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상태.
그냥 지금은…
어반스케치를 핑계 삼아 이것저것 그리고 있는 중..이라는 게 가장 정확하겠네요.
“이건 또 왜 이렇게 그렸을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ㅋㅋ”


🎨 그래도 이상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조용해진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의외의 발견을 하나 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간이 좋다는 것.
선을 하나 긋고,
색을 하나 올리고,
조금 삐뚤어지면 다시 고쳐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참 바라보다가
또 손을 대보고…
그렇게 한동안 그림에 집중하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떠들던 생각들이 조금 조용해집니다.
잘 그렸나 못 그렸나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또 복잡해지지만,
그냥
“지금은 이것만 그리자.”
하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마 내가 그림에 끌렸던 이유가
꼭 그림 자체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잘 그리는 것보다 오래 그릴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싶다
퇴직하고 취미를 찾으면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기준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뭔가를 배우면
잘해야 할 것 같았죠.
자격증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실력도 늘어야 할 것 같고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은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할 수 있으면..
잘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쉬었다 다시 해도 되고,
오늘은 그림을 그리고 내일은 책을 읽어도 되고.
오래 할 수 있는 것.
그게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취미의 기준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직은 '어반스케치 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색하지만
그래서 아직도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랍니다.
펜으로도 그려보고
색연필도 써보고
수채물감도 써보고.
사진을 보고 그려보기도 하고
눈앞에 있는 것을 그려보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마음에 들고
어떤 그림은 다시 보기 민망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도 우선은 그냥 남겨두려고 합니다.
지금의 나는
잘 그린 그림만 남길 만큼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ㅋㅋ
그리고 언젠가 나중에 이 그림들을 다시 보면
“내가 처음에는 이랬구나.”
하고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취미를 찾는다는 건
취미를 찾는다는 게
꼭 “이게 내 취미야!” 하고 하나를 골라 정착하는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생각보다 재미없으면 그만두기도 하고
뜻밖에 마음에 남는 것을 다시 해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퇴사 후의 시간은
내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시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이것저것 해보려고 합니다.
🌿 지금은 습작 중입니다
아직 정착하지 못했죠.
어반스케치를 계속하게 될지,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될지,
아니면 또 전혀 다른 취미를 찾아 떠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싫지 않아요.
정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퇴사 후의 삶은 무언가를 '잘 해내야 하는' 시험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시도해 보는' 놀이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
완성도 높은 그림만 올리지는 않을 것 같죠?
움....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해도 그럴지도요...ㅋㅋ
삐뚤빼뚤한 그림도,
마음에 쏙 드는 그림도,
다시 보면 웃음 나는 그림도…
그냥 하나씩 남겨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훗날 이 그림들이
내가 퇴직 후 어떻게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기록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작은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우고 계시나요? 제 삐뚤빼뚤한 습작들을 보시며 "나도 한번 펜을 들어볼까?" 하는 작은 용기나 기분 좋은 미소를 얻어 가신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풍경을 종이 위에 담아 올지, 기대해 주세요! 💛